드디어 무협 세계에서도 기문둔갑의 고수가 등장하게 되었다.
판타지 소설을 보면 마법사의 주인공 스토리가 많았던 반면 무협 소설에선 99% 이상이 무술의 고수 이야기가 다루어지고 있었다.
기문둔갑의 등장은 확실히 이전의 무협 세계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그럼, 기문둔갑이란 뭔가?
음양의 변화에 따라 몸을 숨기고 길흉을 택하는 용병술. 이것이 사전적 의미이며, 쉽게 말해 판타지 세계의 마법이란것이 무협 세계에선 기문둔갑을 일컫어 말한다고 보면 된다.
무협 `기문둔갑` 은 학사인 주인공이 어쩔수없는 선택으로(집안문제) 기문둔갑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되는 스토리로 진행되고 있다.

아래는 학사검전 서 부분 입니다.
주인공의 직접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기문둔갑이 세상으로 나온 계기를 설명하는 듯합니다.

다 죽어가던 이동천(李東天)의 눈동자에 힘이 들어갔다. 희끗한물체가 언뜻언뜻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는 어린 양이다.
꿀꺽.
천산(天山)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기 시작한 지 벌써 사흘. 안됐지만 지금은 노소(老少)를 가릴 처지가 아니다. 새끼라도 잡지 못하면자기가 먼저 굶어죽게 될 것이다. 이동천의 팔다리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살금살금 따라가며 자세(地勢)를 살피니 절벽 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넌 내 거야‥‥‥."

얼마 지나지 않아 이동천은 절벽 끝으로 양을 물아갈 수 있었다.
메에.
 
"아가야 이리 온. 금방 끝난단다."
 
양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이동천이 허리춤에 숨겨두었던 던검을 꺼내들었다. 단검의 날이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이동천은 서두르지 않았다. 경사가 심하니잘못 하다가는 자기가 다칠 수도 있다.

"자아! 이리 오거라, 아저씨 믿지?"

메에.
자기가 말을 하고도 좀 멋쩍었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무슨 소리를 지껄이건 엿들을 사람도 없다.

"자, 자, 자, 겁먹지 말고."

아주 천천히 다가갔다. 양은 겁에 질려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이동천의 손이 양의 목 어림에 닿는 순간이다.
메에에. 메에.
양(羊)이 마지 물에서 건진 물고기처럼 파드득거리며 정신없이 날뛰었다. 깜짝 놀란 이동천이 양의 목을 팔뚝으로 감아 안았다. 자기가 힘껏 들어 을리면 균형을 잡는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때는 이이 늦었다.

 "어! 어!"

와르르.
새끼 양을 안아 올린 순간 이동천은 균형을 잃고 반대편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으아아!"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밀려오는 한기(寒氣)에 이동천은 천천히눈을 떴다. 시간이 제법 지났는지, 둥근 보름달이 사방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자 팔다리 어디 하나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으으으‥‥‥."

온몸이 욱신거렸지만 이동천은 감사하게 생각했다. 머리맡에 새끼양이 죽어 있었다. 그나마 살아 있으니 고통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절벽의 경사면은 그렇게 위험했던 것이다. 주변을 대충 둘러보니 깎아놓은 듯한 돌벽이다. 천만다행으로 죽지는 않았지만 짐승조차 다니지 않는 계곡 안쪽으로 들어 왔으니 눈앞이 캄캄하다.

"씨벌, 뭐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군‥‥‥."

중얼거리던 이동천이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그러고 보니 그 말은 스승이 자기에게 입버릇처럼 내뱉던 말이었다.

"이 어리석은 놈아! 한 가지 생각만 하지 말고 주변 일을 두루두루 살피란 말이다."

"나도 그러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대인(郵大人)이 보낸 사람에게 죽을 팔자라고 말했냐? 옘병! 너 같은 놈이 무슨 점쟁이가 되겠다고 지랄이야? 가서 다른 일이나 알아 봐."

"삼 년간이나 잔심부름을 한 저에게 그렇게 말씀하시면 곤란하죠."

"곤란해? 이 잡놈아! 곤란한 건 나다. 네 놈이 내 이름으로 엉터리 점을 치고 다닌 걸 모르는 줄 아느냐?"

"그거야 스승님이 없는데 자꾸 찾으니까‥‥‥."

"그래서 돈 없는 사람은 돌려보내고, 돈푼깨나 있어 보이면 내 행세를 했느냐?"

"누가 그런‥‥‥"

"귀신을 속여라, 이놈아. 야무리 봐도 너는 점(占)이 적성에 맞지않는다. 점이란 자고로 해석이 중요한데, 네 놈은 너무 제멋대로야.내 이름까지 팔았으면 제대로 점을 보든지‥‥ 쯧쯧!"

"쩝! 점괘야 그렇게 나오는 걸 어쩌란 말입니까?"

"야, 이놈아! 점괘라는 것은 결국 해석하는 사람의 입에 달려 있는법이야. 그런데 네놈은 그냥 단순하게 '이건 이겁니다' '저건 저겁니다' 해대니 나를 찾아오는 손님까지 팍팍 줄어들잖아. 내가 무슨신내림을 받아서 하는 점쟁이도 아니고‥‥ 솔직히 이제는 너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가르쳐 줄 건 다 가르쳐 줬으니, 너도 독립을 하든지 땅을 파먹든지, 니가 알아서 살아라."

"고작 사주팔자(四住八字) 보는 법만 갸르쳐 주고는 뭘 다 가르쳤다고‥‥‥."

"이 미친놈아! 기껏 음양(陰陽), 오행(五行), 사주(四住)에서 시작해서 궁합(宮合), 택일(擇日), 관상(觀相), 족상(足相)까지 알고 있는 건죄다 가르쳐 줬더니‥‥‥. 무슨 개소리야!"

"‥‥‥,"

언제 그렇게 많이 배웠던가? 스승의 얼굴을 보니 진짜로 내보내려고 작정한 것 같다. 죽을 사람에게 죽을 거라고 말하고, 망할 사람에게 망할 거라고 말해준 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 정히 스승이 나가라고 한다면 못 나갈 것도 없다.

"쩝! 나가라면 나갈 테니 마지막으로 내 사주나 좀 봐주십쇼."

"여태 제 것도 못 보느냐?"

"아무래도 스승이 봐주는 것과는 다르죠."

"입에 발린 소리 하고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스승은 뭔가 아주 복잡한 계산을 시작했다.

"그건 또 뭡니까?"

"요즘 유행하고 있는 기문(奇門)이라는 거다. 우리처럼 신 내림이없는 사람들을 위한 묘술(妙術)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 걸 왜 나에게는 안 가르쳐줬습니까?"

스승은 이리저리 계산을 하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나도 요즘 독학으로 배우고 있는 처지라 누굴 가르칠 형편이 못된다. 계산하는 데 복잡하게 말시키지 마라. 네 놈이 처음이니까, 맞는지 어떤지는냐도모를다."

"그것으로 뭘 알 수 있는데요?"

"평생 운이나 일년 운, 혹은 가야 할 방향 둥을 알려 준다고 하더라."

"운세야 사주로 봐도 되니까‥‥‥. 이제부터 어디로 가야 하는지만알려 주십쇼."

"왜? 고향으로 안 가고?"

"고향이든 어디든 운세가 풀릴 곳으로 가보게요."

"그러든지‥‥‥. 어디보자. 서북(西北)쪽으로 가면 재물과 명성을얻는다고 나오는구나."

"서북이면 청해(靑海)? 신강(新疆)?"

"어차피 내 근처에서는 개업을 해봐야 망하고 말 테니‥‥‥. 고향으로 가든지 서북쪽으로 가보거라."

그렇게 해서 오게 된 곳이 지금의 천산(天山)이다. 스승에게 받은돈은 지난 여섯 달 동안의 여행으로 모두 날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업을 할 장소나 횡재수는 만나지 못했다. 스승이 연습삼아 봐준 그 기문이라는 것이 틀렸거나, 자기가 무엇을 해도 꼬이는 운명을 타고난 탓일 게다.

"빌어먹을‥‥‥. 안 되는 놈은 뭘 해도 안 되는 건가?"

그러나 최악의 팔자는 아닌 모양이다. 그랬다면 새끼 양과 함께 죽어 있을 테니 말이다. 새끼 양을 생각하니 다시 허기가 밀려온다.

"칼이 어디 있나‥‥‥."

절벽에서 미끌어지기 전에 들고 있던 칼이 보이지 않았다.

"헉! 설마!"

화들짝 놀란 이동천이 배와 등을 더듬어 갔다. 다행히 자기 몸에는 꽂혀 있지 않았다.

 "아아! 놀랬다."

이동천은 혹시나 싶어 새끼양의 몸도 더듬었다. 그러나 거기에도자기의 단검은 보이지 않았다. 칼이 없다고 생각하니 왠지 불안해진다. 자기가 전문적으로 칼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칼이있는 것과 없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호신(護身)도 그렇고,당장 저 양의 가죽도 벗길 수가 없지 않은가!

"근처에 있겠지‥‥‥."

다행히 달빛이 밝으니 주변을 둘러보면 단검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대략 일각(一刻, 15분) 동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단검은 보이지않았다. 이동천은 자기가 굴러 떨어진 경사면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조심조심 더듬어 가며 이 잡듯 뒤졌지만 단검은 보이질 않았다. 이동천은 튀어나온 바위 끝에 대충 걸터앉았다. 휘영청 밝은 달빛아래 멍하니 앉아 있자니 한숨만 흘러나온다.

"후우! 여기는 어디며 내 갈 곳은 또 어디란 말인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던 이동천이 문득 움직임을 멈추었다. 가까운 곳에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호기심으로 슬금슬금 다가가 보니작은 동굴이다. 동굴 입구는 달빛 아래 훤하게 드러나 있었지만, 안으로 들어갈 엄두는 나지 않았다.
망설이던 이동천은 다시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 횃불을 하나 만들었다. 어차피 잠자리도 마련해야 하니 이 참에 동굴을 살펴볼 작정이다.

"아!"

이동천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인공적으로 다듬은 흔적이곳곳에서 느껴졌다. 자기보다 앞서 이 동굴을 발견한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깊은 산중에 들어와 살다간 사람은 대체 누굴까? 누군지는 몰라도 자기처럼 어지간히 할 짓이 없었던 모양이다.
동굴에는 간단한 생활 도구가 있었지만 모두 먼지를 뒤집어쓰고있었다.

"으헉!"

이동천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동굴 가장 안쪽에사람의 유골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삭아서 너덜너덜해진 옷가지사이로 보이는 뼛조각들은 분명 사람의 뼈다. 동물에게 옷을 입히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누군지 몰라도 성불(成佛)하시구려‥‥‥."

잠시 묵념하던 이동천은 뼛조각을 옷에 담아 밖으로 내갔다. 해골을 곁에 두고 잘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충 치우고 나니 해골이 있던자리가 잠자리로 가장 적당해 보였다. 그러고 보면 동굴의 주인은자던 모습 그대로 죽었을지도 모른다.
 얼마 후 이동천은 해골이 있던 자리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이런 걸 인연이라고 하는 걸까? 공교롭게도 상자 안에서 점술(占術)과 관계된 천기진단비법(天機診斷秘法)과 홍연삼십육결(洪煙三十六訣)이라는 제목의 책이 담겨 있었다.

"해골의 주인도 점쟁이였던 모양이지?"

이동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책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먼저 천기진단비법에는 사람의 운명을 보는 여러 가지 방법이 적혀 있는데, 하나하나 신묘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오우! 뒤늦게 대박 터졌군‥‥‥."

연이어 홍연삼십육결을 펼쳐 읽던 이동천은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이놈의 두꺼운 책은 아무리 봐도 사기성이 짙어 보였다.

"이게 뭐냐? 점(占)도 아니고‥‥‥. 어디보자, 부적(符籍)을 모아 놓은 건가? 아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엥? 제갈공명(諸葛孔明)을 제자로 두었다 이거지? 하여간 여기에도 나 같은 놈이 또 있었구먼‥‥‥. 어디서 구라를‥‥‥."

볼수록 기가 막혔지만 천기진단비법과 함께 있던 것이라 버리기도 찜찜하다.
잠시 후 이동천은 두 권의 책을 손에 들고 동굴 밖으로 걸어 나갔다. 가만히 있자니 가슴이 벅차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한 권은 제대로 건진 것이다.
둥근 달이 산 위에서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다.
 이동천은 그 자리애서 자기의 이름을 월산(月山)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동굴로 돌아가 삼 년 동안 천기진단비법을 공부했다.
 삼 년이 지나자 월산은 동굴에서 나와 천하를 주유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터득한 천기진단비법을 시험하려고 한 것이다. 놀랍게도 천산에서 떠난 뒤로 월산의 점(占)은 한차례도 빛나가지 않았다. 얼마지나지 않아 샤람들은 그런 월산을 가리켜 '천하제일(天下第一)의점복술사(占卜術士)' 라고 불렀다.


기문둔갑
작가 - 조진행
10권 (완결)

2007/08/05 13:15 2007/08/0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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